" (...) 이 영화는 세 가지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진행된다. 하나는 이 영화의 제작과 관련된 감독 자신의 이야기와 주인공의 시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 또 하나는 영화의 주인공인 시인 이종형의 이야기, 마지막 하나는 이 영화의 형식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 감독은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종형에 대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종형은 18세 때 폭발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이후 이종형은 30여년 전시로 등단하여 시집을 한 권 냈다. 감독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이 시집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자신이 기록하는 이 영화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작 이종형시인은 이 영화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종형과 함께 볼 수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만들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기에”
(...) 우리는 이 영화를 음성해설과 자막해설을 포함하고 있는 영화로 만날 수 있다.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영화는 자연스럽게 음면해설과 이어지며, 음면해설은 억지스럽지 않게 그 자리에서 의미를 가지고 존재한다. 보통의 배리어프리 영화들은 이미 제작이 완료된 상태에서 삽입되기 때문에 들어갈 자리를 확보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음성해설의 경우, 현장음과 현장음 사이, 대사와 대사 사이 제한적으로 존재하는 시간 안에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절약적인 문장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도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밖에 없다. 수어통역이나 자막 같은 경우도 영화의 미장센을 깰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러나 이 영화
는 먼저 배리어프리를 고려하여 제작되었기 때문에 억지스럽지 않고 여유있게 삽입되고, 오히려 영화의 이해를 돕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흔히 배리어프리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그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영화감상을 방해한다는! 편견을 깬다.
(...) 이 모든 노력이 어떤 고귀한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는 해야하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이며, 이런 일들이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라는 감독의 수줍은 마지막 고백이다."
- 장호경 (2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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